'레이디 디올백' 270만→300만원

환율하락 불구 2~11% 또 올려


#.최근 100만원의 연말정산 환급금을 받은 직장인 정은희씨(32)는 평소 점 찍어둔 가방을 사려고 프라다 매장을 찾았다가 마음이 상했다. 연초만 해도 162만원이던 가격이 170만원 된 것.정씨는 "워낙 들고 싶던 백이라 사기는 했지만 괜히 8만원을 손해본 느낌"이라고 말했다.

디올,에르메스,프라다,샤넬,펜디 등 유럽 명품업체들이 최근 봄 신상품을 내놓으면서 일부 품목의 가격을 슬그머니 올려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. 인상률은 낮게는 2~3%에서 높게는 10~11%에 달한다. 지난해 환율 급등을 이유로 가격을 이미 20~30%씩 올린 터라 체감인상률은 훨씬 높다. 특히 원 · 유로 환율이 지난해 1월 1800원 선에서 올초 1630원 선으로 9.4%나 내렸음에도 명품업체들은 '시즌 변경=가격 인상'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.

프랑스 디올은 지난달 15일부터 백,지갑 등의 가격을 3~11% 인상했다. 디올의 대표 제품인 '레이디 디올백'은 270만원짜리가 30만원 올라 300만원이 됐고,'그랑빌 백'도 360만원으로 20만원 올랐다. 지갑은 10만원 오른 96만원에 팔리고 있다.

이탈리아 프라다는 지난달 4일 전 품목의 가격을 2~5%씩 인상했다. 176만원짜리 '사피아노 백'이 180만원,229만원이던 '고프레 백'은 237만원이다. 펜디도 지난달 19일부터 일부 가방을 5~10%씩 올려 팔고 있다. 중간 사이즈의 기본 롤백이 88만8000원에서 98만8000원으로 10만원가량 올랐고,'설러리아 백'은 20만원 인상된 263만8000원이 됐다.

지난해 가장 인상폭이 컸던 프랑스 샤넬은 올 1월 시계 · 주얼리를 5~7% 올려 아이콘 시계인 'J12'가 617만원에서 647만원이 됐다. 최고가 명품인 에르메스도 스테디셀러인 '벌킨 백'을 1169만원에서 지난달 1220만원으로 51만원이나 올렸다. 불가리는 다음 달 1일부터 주얼리 6%,시계 3%의 인상률을 적용할 계획이다. 다만 루이비통과 구찌는 아직 인상계획이 없다고 밝혔다.

명품업체들은 "환율 변동에 관계없이 본사의 가격 정책에 맞춰 국내 판매가격도 조정하고 있다"며 "같은 모델이라도 매 시즌 원가가 높아지고 인건비,물류비 상승도 반영해야 해 일부 제품만 가격을 올렸다"고 해명하고 있다. 그러나 일본과 중국에선 환율 하락을 이유로 판매가를 2~7% 내린 것과는 정반대의 가격정책이다. 실제로 국내에선 아무리 환율이 떨어져도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을 내린 경우가 단 한 번도 없다.

이에 수입 패션업체 관계자는 "명품업체들이 일부 인기품목 위주로 가격을 꾸준히 올리는 것을 보면 의도적으로 값을 비싸게 해 희소성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이 엿보인다"고 분석했다. 한마디로 '명품 붐'에 편승한 고가정책에 한국 소비자들만 '봉' 노릇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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